[앵커]
청년실업률 21.3%.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중국 이야기입니다.
20대 청년들은 인력 시장을 전전하고, 전통 사찰에 모여 향을 피우고 취업 기원까지 합니다.
세계를 가다, 베이징에서 이윤상 특파원입니다.
[기자]
중국 베이징 외곽의 인력시장.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인 구직 희망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30~40대들이 많지만, 앳된 20대도 보입니다.
베이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력시장 입니다.
새벽부터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데요.
최근 일감이 줄면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대 1000명 가까이 모이는데,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됩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구직자들은 일당도 줄었다며 하소연 합니다.
[20대 구직자]
"(지난해) 남자는 하루 280~300위안(4만9000~5만3000원)이었어요. 올해 사람이 많아져 240~260위안(4만2000~4만6000원)으로 떨어졌죠."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니까 모두 일자리를 찾으러 나온 거죠. 사람은 많고 일자리는 적어요."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베이징시 대학생]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 어렵나요?) 단기 일자리는 구하기 어려워요, 짧게 일 할 사람은 필요 없대요."
불안감은 채용 박람회에서도 나타납니다.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기업들 부스를 돌며 지원 해보지만 성과가 나지 않습니다.
[장 모 씨(22세)/대졸 예정자]
"(취업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매일 면접을 보지만 면접 후에 아무 연락이 없어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지난 달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석 달 연속 20%를 넘은 것은 처음입니다.
구직난이 심각하다보니 최근 젊은이들이 전통 사찰들에 모여 향을 피워놓고 취업 기도를 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은 노동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1999년부터 대학 정원을 대폭 늘려왔는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대졸자가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반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후 경제 성장 전망을 낮게 잡고 채용 인원을 줄였는데, 이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서 차이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임금 일자리에 대한 높은 선호도도 실업률 고공 행진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푸링후이 /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17일)]
"고용에 대한 압박과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일부 산업에서의 구인난과 청년층 구직난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대도시에 구직자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대졸자의 귀농도 독려하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연예인을 앞세운 TV 프로그램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실업률 고공 행진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미래 세대가 오히려 시진핑 체제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이윤상입니다.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변은민
이윤상 기자 yy27@ichannela.com